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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바젤 홍콩 2016 참관(갤러리 파워 보여주는 ‘기싸움’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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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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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갤러리 파워 보여주는 ‘기싸움’ 현장

아트바젤 홍콩 2016 참관

09032016 아트바젤 홍콩 전시장 스케치. 맨 오른쪽 사진에서 사람들이 보고 있는 큰 그림은 팝 아트와 네오 다다이즘의 선구자로 알려진 로버트 라우젠버그의 ‘와일드 스트로베리 이클립스(Wild Strawberry Eclipse)’다.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 작업한 ‘어반 버번’ 시리즈 중 하나로 금속 패널에 사진 이미지를 복제했다.

0901090209040802장터는 시끄러워야 제맛이다. 파는 사람, 사는 사람이 모여 물건을 두고 주거니 받거니 흥정을 한다. 미술품 장터인 아트페어라고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더하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만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건을 만든 사람과 훈수 두는 사람의 역할도 그 못지 않다. 게다가 그 물건이라는 것은 세상에 거의 하나밖에 없는, 가격이 따로 정해지지도 않은, 개성 강한 예술가들의 손때 묻은 ‘작품’ 아닌가. 물건과 돈에 사람과 예술까지 결합된 아트페어는 그래서 단순한 장터가 아닌 ‘종합예술’이다.

아트 바젤(Art Basel)은 46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최대의 현대미술 장터다. 스위스 바젤에서 시작돼 미국 마이애미 비치에 이어 홍콩으로 저변을 확대했다. 2013년 홍콩아트페어를 인수해 지난해부터 5월에서 3월로 시기를 옮겼다. 바젤(6월)과 마이애미(12월)와의 시차를 위해서다.

이번 행사에는 35개국에서 239개의 정선된 갤러리가 참가했다.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올해 행사의 VIP 프리뷰가 22~23일 열렸다. 그 현장에 중앙SUNDAY S매거진이 다녀왔다.


10032016 아트바젤 홍콩 전시장 스케치. 맨 오른쪽 사진은 ‘엔카운터’ 부문에 참가한 함경아 작가의 자수 상들리에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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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컨벤션전시센터(HKCEC)는 전시장 한 층의 넓이가 얼추 축구장만 했다. 아트바젤 홍콩은 1층과 3층 전시장에서 열렸다. 쇼의 주요 부문인 ‘갤러리’에 참가한 187개 화랑들이 두 개 층에 나뉘어 자리를 잡았다. 신예 아티스트를 집중 소개하는 ‘디스커버리’에 참가하는 갤러리는 1층, 큐레이터 프로젝트인 ‘인사이트’에 참가하는 갤러리는 3층으로 구분해 배치했다. 역량 있는 작가의 대형 작품을 선보이는 ‘엔카운터’는 1층에 8개, 3층에 8개를 고루 포진시켜 관객에게 시원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겼다.

한국에서는 9개 갤러리가 선정위원회를 통과했다. ‘갤러리’ 부문에 국제·아라리오·원앤제이·학고재·PKM 갤러리, ‘인사이트’ 부문에 갤러리엠·리안·박여숙화랑이, ‘디스커버리’ 부문에 313아트프로젝트가 각각 부스를 차렸다. ‘엔카운터’ 부문에는 국제갤러리 소속의 함경아 작가가 자수 샹들리에 작품을 내놨다.

아트페어는 기싸움의 현장이다. 예술가들의 에너지가 농축된 작품들이 즐비한 현장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에너지 자장으로 가득하다. 그냥 둘러보기만 해도 금세 심신이 피곤해질 정도다. 굳이 비유하자면 축구장에서 세 걸음마다 쭈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아가며 골대까지 왕복을 반복하는 일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진정한 아트페어 고수들은 옷은 멋지게 차려입었으면서도 운동화나 스니커즈를 신는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음미하듯 돌아다닌다.

이정재·송혜교·디캐프리오도 찾아
22일 오후 3시, 입장이 시작됐다. 그런데 사람이 많다. 계속 들어온다. VIP 프리뷰인데, 웬만한 퍼블릭 행사만큼이나 많다. 벌써 이 정도라면 6만명이 왔다는 지난해 수준은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을 듯하다.

한국에서 온 셀러브리티도 눈에 띄었다. 미술에 관심이 많아 국립현대미술관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영화배우 이정재와 최근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송혜교가 전시장을 찾았다. 이번에 오스카상을 수상한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주요 아트페어를 찬찬히 살펴보면 세계 미술시장의 동향을 감지할 수 있다. 대형 갤러리들은 세계적인 미술관이나 미술재단 등과 공동보조를 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페이스 갤러리의 경우 올해의 화두는 로버트 라우젠버그인 듯하다. 196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미국 작가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가다. 그의 커다란 작품을 바람벽에 시원하게 붙여 놓은 이유가 있었다. 로버트 라우젠버그 재단에서 작품을 출품한 덕분에 페이스 홍콩에서도 5월 12일까지 개인전을 동시에 열고 있다. “특히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런던의 테이트 모던이 공동으로 기획한 초대형 회고전이 12월 1일부터 내년 4월 2일까지 테이트 모던에서 열릴 예정”이라는 것이 페이스 한국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영주씨의 귀띔이다. 요시토모 나라가 종이에 그린 신작 ‘마운틴 뱀파이어’(2016)가 그 옆에서 깜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영국 YBA의 기수로 꼽히는 트레이시 에민도 여러 갤러리에서 자주 보였다. 홍콩 화이트큐브와 리만머핀 갤러리는 3월 21일부터 5월 21일까지 두 달간 트레이시 에민의 전시 ‘난 너를 사랑해서 울었어(I Cried Because I Love You)’를 공동으로 개최한다. 두 갤러리가 같은 작가를 동시에 전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리만머핀 부스에 걸린 에민의 작품은 푸른 옷감 조각과 자수를 통해 나체의 여인을 묘사한 작품이었는데, 볼수록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줄리언 오피에 대한 인기는 여전했다. 특히 달리기하는 동영상 작품을 여러 갤러리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런던의 알란 크리스티 갤러리가 내 놓은 트립틱(세 작품 연작)은 보는 각도에 따라 그림이 달라지는 렌티큘러를 이용한 작품인데, 세 명의 아이들이 미소를 짓거나 눈을 돌리는 모습을 담아내 흥미를 자아냈다.

가고시안의 경우 세계적인 작가들의 신작만으로 부스를 구성해 미술계 파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제프 쿤스, 무라카미 다카시의 최신작이 바닥을 원목으로 꾸며놓은 부스를 장식했다. 최근 가장 핫한 갤러리로 떠오르고 있다는 하우저&워스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대한 거미 조각 ‘스파이더 커플’(2003)을 비롯해 알렉산더 칼더, 필립 구스통의 대작들을 선보였다.

1201신학철의 ‘한국현대사-광장’(2015), 캔버스에 아크릴, 121.5 x 220cm 1202줄리언 오피의 작품 ‘3 초상화’(2015) 중 하나. 렌티큘러를 사용해 보는 방향에 따라 표정이 달라진다. 1203트레이시 에민의 ‘인 솔리튜드(In Solitude)’(2015), embroidered calico (fabric) 161 x 229 cm, (framed) 185 x 250 x 9 cm signed, dated, and titled, Courtesy of Lehmann Maupin, New York and Hong Kong. ⓒ Tracey Emin. All rights reserved, DACS 2016. Photo ⓒ George Darrell 1204요시토모 나라의 ‘마운틴 뱀파이어’(2016) 1301제프 쿤즈의 신작. 그림 한가운데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반짝이볼을 설치했다. 1302루이스 부르주아의 설치작품 ‘스파이더 커플’. 1303각종 도어 손잡이를 천으로 제작한 서도호의 작품들. 1304서용선의 ‘생각중’(2015), 캔버스에 아크릴, 291x218cm

단색화 대신 강렬한 민중미술 내세우기도
국제갤러리는 ‘단색화’ 열풍의 주역이다. 이우환·정상화·권영우 작가의 단색화 작품은 물론 양혜규와 아니슈 카푸어, 빌 비올라와 줄리안 오피 등의 다채로운 작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이현숙 회장은 “단색화에 대한 관심이 이제 각국의 미술관으로 넘어간 상황”이라며 “한국 미술에 대한 이 같은 관심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PKM 갤러리 역시 단색화 작가인 윤형근의 작품을 중심으로 꾸몄다.

단색화를 들고 나온 외국 갤러리도 적지 않았다. 4월 서울에 문을 열 예정인 파리의 페로탕 갤러리는 박서보와 정창섭 작가의 작품을 내놨다. LA·뉴욕·도쿄에 근거지를 둔 블룸앤포는 이우환·권영우·윤형근·하종현의 작품으로 섹션을 구성했다.

반면 학고재 갤러리는 다른 전략을 구사했다. 단색화 작가 대신 강렬한 민중미술 계열을 내세웠다. 우찬규 대표는 신학철·서용선·윤석남 등 선굵은 작가들의 인상적인 작품을 전면에 배치했다.

“작품을 한 두 점 파는 것보다 갤러리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대표성 있는 작가의 대표성 있는 작품을 보여주면, 나중에라도 반드시 연락이 옵니다. 단색화가 선봉장 역할을 했으니 잘 뒤따라 가야죠. 100호 기준으로 100만 달러 되는 작가들이 10명은 나와야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단색화 덕분에 한국 미술에 관심 갖게 된 외국 컬렉터들에게 다른 것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민중미술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장르거든요. 이야깃거리도 많고요.” 그는 “부스를 점검하던 아트바젤 홍콩의 디렉터 아델린 우이가 색다른 전시에 매우 만족해 했다”고 귀띔했다.

중견 작가 서도호의 작품도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리만머핀에서는 망사로 정교하게 만든 오븐과 각종 문고리를 내놓았다. 개목걸이 300개로 만든 ‘메탈 재킷(Metal Jacket)’은 우리네 옛날 갑옷을 연상시켰다. 싱가포르의 STPI는 서 작가의 정교한 실 작업을 평면으로 만든 작품을 가져와 메인으로 내걸었다. STPI의 예술감독 에미 유는 “서도호와 양혜규의 작업은 한 발짝 앞서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매우 신선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313아트프로젝트의 이완 작가는 한국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리즈다. 한국의 산수화를 네온으로 재해석한 ‘LED산수’와 1960년대 대표 수출상품이었던 가발에 다양한 색깔의 물을 들인 ‘가발폭포(Colourful Wig falls)’ 앞에서 많은 관람객이 카메라 버튼을 눌러댔다. 박여숙 화랑 부스에는 설치 미술가 최정화가 플라스틱 광주리 등으로 만든 화려한 기둥 시리즈가 키치한 멋을 뽐냈다. 낡은 옷감으로 만든 베개, 깁스용 석고붕대를 이용해 레이스처럼 만든 이혜민 작가의 작품 역시 많은 관람객의 관심 대상이 됐다.

전시장 밖에서는 ‘묘법 시리즈’의 박서보 화백이 홍콩 페로탕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한지 작가’로 유명한 전광영 화백도 홍콩 펄램 갤러리에서 4월 28일까지 다섯 명의 외국 작가와 그룹전을 연다.

현란한 연필 그림으로 유명한 홍경택 작가도 4월 28일까지 파크뷰 아트 홍콩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한다. 홍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연필 시리즈, 책장 시리즈와 미디어 작품까지 32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

 

 

홍콩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아트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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